경제

물가 상승 = 원자재 상승? 틀에 박힌 서사에서 벗어나기

吾喪我 2025. 12. 11. 08:26

 

물가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도 오른다.

이 단순한 등식은 수십년간 투자자들의 뇌리에 각인된 서사입니다.

특히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함께 은·금 등 귀금속이 폭등했던 경험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최근 수십 년의 데이터를 보면, 이 서사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 YoY)은값(Silver price)의 흐름을 비교한 것입니다.

 

1.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패턴이 보입니다:

 

1) 1970년대, 2000년대 인플레시기: 인플레 + 은값 상승

1970년대 유가 급등과 스태그플레이션이 겹친 시기에 은값은 급등했습니다.

이 시기를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도 "인플레 은값 상승"이라는 공식을 믿습니다.

2000년대 달러약세시대에도 물가가 3%위에서 상승할 때 1970년대처럼 은값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2) 1980, 1990년대: 물가 상승해도 은값은 하락

1980년대 후반: 물가 상승이 있었지만 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유: 당시 달러 강세, 실질 금리 상승, 원자재 비우호적 통화환경

1990년대: 클린턴 시대 경제호황과 함께 물가는 약간 오르기도 했지만 은값은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

이유: 달러 초강세, 디스인플레이션 기대, 원자재 비선호

이 시기 은은 인플레 헤지 자산이 아니라 금리/달러/통화정책에 더 민감한 자산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3) 2008년 이후: 은값은 물가보다 통화정책에 민감

2009~2011: 물가가 3% 밑에서 양적완화(QE) 은값 폭등

2011년 이후: 물가가 3%를 넘자 긴축 우려 은값 급락

2020년 코로나 직후: 물가 낮고 완화적 통화정책 은값 상승

2022,23: 물가 3~9% 고공행진 + 긴축우려와 긴축  은값 하락 또는 횡보

2024년 이후: 통화완화  →  은값 상승

, 최근 15년간 은값은 "물가가 오르냐"보다 "연준이 완화하느냐"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물가가 3% 넘으면 긴축 우려가 생기고, 이는 은값 하락을 유발했습니다. 

 

2. 왜 이런 서사가 고정관념으로 남았을까?

 

사람들이 "인플레 은값 상승"을 믿는 이유는 대부분 1970년대 한 번의 경험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달러 약세, 석유 파동, 구조적 공급부족 등이 복합 작용한 예외적 국면이었고,

오늘날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 달러의 패권 강화, 실질금리 회복 등의 요인이 다른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그 시대의 기억에 사로잡혀 현재를 해석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물가가 오른다고 은값이 오르지 않는다

 

물가가 3%밑에서 상승하면서 통화완화를 할 때는 은값은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나 물가가 3%위에서 상승하거나 머물 때는 긴축우려로 은값은 하락하였습니다.

 

물가 상승 = 은값 상승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최근 은값은 물가보다 통화정책에 훨씬 민감한 자산입니다.

 

, 은값은 인플레 헷지 자산이 아니라, 통화정책 민감 자산입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투자자들도 서사를 업데이트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