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을 보면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달러는 장기적으로 쇠퇴, 부채는 감당 불가, 결국 금·은은 계속 오른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길게 돌려 보면 귀금속 가격과 통화정책·위기·경기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은 여러 번 바뀌어 왔고,
지금의 분위기도 그 연속선 위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2000년대 이전: 인플레 헤지 수단
이때 중앙은행은 금의 적극적 매수자는 아니었습니다.
투자자에게 보험은 되지만, 매크로 트레이딩 1순위는 아니었습니다.
금·은은 1970년대에 약한 긴축으로 인해 생긴 인플레를 헤지하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고 그 외 시기는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보험적 금리인하를 할 때 보통 경기가 좋아지니 주식·원자재(구리·에너지)가 먼저 올랐습니다.
그러나 금·은은 보험적 금리인하로 좋아진 미국 경제 영향으로 지금과는 달리 횡보하거나 약세를 보였습니다.
2. 2000년대: 달러약세와 금융화, 중앙은행 태도 변화
이때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한 달러약세로 금이 주목을 받던 시기입니다.
(반면 2010년대는 유럽도 재정적자가 심해지면서 미국의 재정적자에도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였던 시기)
2000년대 초 금 ETF가 상장되면서 금은 금괴가 아니라 금융상품이 됩니다.
버튼 몇 번으로 금·은 포지션을 크게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결과 금·은은 주식·채권과 함께 매크로 뷰를 표현하는 도구로 편입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다시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는 지속적 순매수자로 자리 잡습니다.
통화·부채·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헤지라는 안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 2000년대 중반 달러약세로 인한 귀금속 가격 상승은 2007년9월 시작한 금리인하로 달러약세가 심해지며 2008년 초까지 이어집니다.
귀금속이 통화정책 민감자산이 된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통화정책 민감자산이 되었다는 것은 보험적금리인하에도 횡보나 하락했던 과거와 달리
위기성 침체때 빼고 통화완화하면 즉시 귀금속 상승, 통화긴축하면 즉시 귀금속 하락으로 갔다는 뜻입니다.
2008년 초에 고용이 감소함에도 시장은 이때 금리인하로 인해 연착륙으로 갈지 침체로 갈지 헤깔려하였습니다.
그래서 주가지수는 하락하고 침체 중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에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오고나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였습니다.
앞으로 침체가 와서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이게 침체인지 연착륙인지 헤깔리는 경우는 설사 나중에 침체로 밝혀질 시기 중 금리인하더라도 원자재 가격은 잠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성 침체, 외부충격으로 인한 침체, 금융부채형 침체인 경우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귀금속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3. 2007–2013: 금융위기, QE, 그리고 금 대세론의 탄생과 꺾임
이미 구조가 바뀐 상태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집니다.
위기의 성격이 신용·금융 시스템 자체의 위기였고 연준은 제로금리, 전례 없는 양적완화로 대응하였습니다.
시장은 여기서 이 체제는 결국 '부채를 더 쌓고, 필요하면 돈을 찍어서 막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갖게 됩니다.
이 이미지 후에 금·은은 더욱더 통화정책 민감자산이 되어갑니다.
2010년 2차 양적완화 전후로 달러 쇠퇴론 + 금 대세론이 정점에 달합니다.
(2차 양적완화는 바이든 재정지출처럼 효과는 적고 후에 자산 거품을 일으킨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금 가격은 2011년까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앞으로 2000·3000·5000달러 간다는 전문가 논평이 쏟아집니다.
지금의 데자뷰같습니다.
하지만 이 국면은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3년 테이퍼링(긴축 시사)로 금가격은 2011년 고점 이후 2015년까지 몇 년에 걸친 긴 조정을 겪습니다.
많은 달러 붕괴·하이퍼인플레 시나리오가 과도한 공포였던 것으로 드러난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 경험은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통화완화·달러 불신이 아무리 강해도 긴축·실질금리 피크아웃 신호 앞에서는 귀금속도 한 번 크게 눌릴 수 있습니다.
물론 2010년대와 지금은 다르긴 합니다.
지금이 부채가 훨씬 많아 연준의 긴축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 2010년대 초반과 달리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수요가 있습니다.
신뢰 있는 긴축이면 2010년대 긴축처럼 금하락 압력이 오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못해 하는 긴축, 부채가 많아 쉽게 터저버릴 수 있는 긴축에는 금하락 기간이 2010년대처럼 길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위기가 오면 다시 돈을 찍는 대응으로 금 랠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4. 2024년~: 중력법칙을 벗어난 귀금속
2024년 전에는 귀금속은 달러지수와 실질금리에 역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2024년 이후에는 달러지수 실질금리가 상승하는데도 귀금속이 상승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부채와 재정 부담, 지정학 리스크는 훨씬 더 커졌고, 중앙은행의 금 매수는 역사적 상단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금은 통화·부채·정책 신뢰·지정학을 한 번에 헤지하는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달러·실질금리가 높아도 앞으로 인하·완화로 갈 것이라는 경로 기대만으로 버티거나 오르는모습이 나타납니다.
##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 금은 계속 오른다' 에 가까운 인식을 다시 갖고 있지만,
2011~2015년처럼 긴축으로 장기 조정이 나왔던 경험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위기성 침체로 귀금속은 하락하더라도 금값은 하락폭이 적을 수 있지만 과거 보면 은값은 많이 하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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